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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성 작가

검찰청 참여계장의 하루 나는 오후에 조사해야 할 구속 피의자 송치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다. 피의자는 몽골인이었다. 통역인이 필요했다. "실무관님 몽골어 통역하시는 분 연락처 아세요?""예 저번에 다른 방에서 불렀던 통역사 전화번호가 있어요. 제가 메신저로 연락처 보내 드릴게요"   나는 실무관이 보내온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려다가 멈추었다. 몽골인이 통역 없이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경찰관의 수사보고서를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사건기록을 검토했다. 몽골인의 죄명은 상해와 절도였다. 기록 사이에 들어있는 CD를 꺼내어 몽골인의 범죄 영상을 보았다. 음성이 없는 영상을 보아도 금세 이해가 되었다. 몽골인은 편의점에서 빵과 과자를 훔치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켰다. 아르바이트 대.. 더보기
502호 검사실은 금세 욕으로 가득해졌다. 나는 오후에 있을 조사를 준비했다. 조사해야 할 사건은 쌍방 폭행 사건이었다. 기록 표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에는 '대질조사'라고 씌어 있었다. 검사는 대질조사를 하여 범죄사실을 특정한 후 기록을 다시 돌려달라는 의사를 단 네 글자로 표현했다. 검사도 대단하고 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네 글자로 의사를 전달하고 네 글자를 읽고 그 뜻을 파악하다니..... ^^ 당사자 둘에게는 3일 전에 출석을 요구했다. 둘은 오늘 오후에 출석하기로 했다. 아무리 보아도 둘은 쌍방 폭행 사건이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 피해자라고 우겼다. 두들겨 맞는 상황에서 열중쉬어하고 있는 사람은 없기에 일방 폭행 사건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드물었다. 글을 읽는 분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오면 열중쉬어를 하고 두들.. 더보기
검찰청 환경관리 여사님들이 칭찬을 해주셨다. 상황실장 근무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상황실은 야간이나 주말 관할 경찰에서 올라오는 영장기록과 변사기록을 접수하는 곳이다. 어제 아침 9시부터 새벽까지 접수된 변사기록과 영장기록을 헤아리니 5건이다. 그 가운데 변사기록이 2건. 모두 자살이다. 변사기록을 접수하는 검찰청이 전국에 50개 정도..... 그렇다면 어림잡아 지난 24시간 동안 전국에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결론이다. 어림잡아 교통사고 같은 사건 사고로 사망한 사람 50%를 빼고 나면 50명 정도가 자살한 사람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경찰들은 낮시간 각 담당자들을 찾아가 영장기록과 변사기록을 찾아갈 것이다. 한치에 오차도 없어야 하기에 다시 한번 기록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잘 있는지 확인한 후, 동공인식을 통하여 보안문을 열고 밖으로.. 더보기
[잡히면 산다] 에세이 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