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장 근무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상황실은 야간이나 주말 관할 경찰에서 올라오는 영장기록과 변사기록을 접수하는 곳이다. 지난 밤부터새벽까지접수된변사기록과영장기록을헤아리니 모두 5건이다.그가운데변사기록이2건. 모두 자살이다. 변사기록을 접수하는 검찰청이 전국에 50개 정도..... 그렇다면 어림잡아 지난 24시간 동안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다. 교통사고 같은 사건 사고로 사망한 사람 50%를 빼고 나면 50명 정도가 자살한 사람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장기록과 변사기록이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보안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따라 저 멀리 올라오는 햇살에 힘이 있다. 청사 주변을 둘러보며 있어야 할 것이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한다. 다행히 모두 안녕하다. 순찰을 마치고상황실로돌아오는 복도에서 1층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관리여사님을 만난다. 아침 5시에 출근해서 청소를 모두 마친 듯하다.
"계장님 책 잘 읽었어요"
갑작스러운 인사다. 내게 책을 받은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직 여사님 가운데 내가 책을 드린 분은 한 분인데 그 분이 아니었다.
"아 감사합니다. 책은 받으셨어요?"
"그건 아니고 사무실에 한 권 있어서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참어려운일 하셨네요"
"별 말씀을요. 감사합니다 그게 집행과에서 하는 일이에요"
"예 책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계장님 덕분에 검찰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일주일 전, 책을 달라시던 환경직 여사님이 있었다. 청소를 하시다가 수사관이 두고간 책이 책상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눈게 익은 이름이 지은이로 되어 있어서 책을 요청하신다고 했다.여사님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다. 시간 날 때마다 도서실에 들러 책을 몇 권씩 빌려가시는 것을 보았다.
며칠이 지나고 복도에서 만난 여사님은 책을 잘 읽었다며 "조폭 두목을 혼자 잡았던데 무섭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곳이 검찰청인지 몰랐어요"라고 하셨다. 나중에는 엄지를 척하고 올려 세우셨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친분이 있는 몇몇 수사관들에게만 책을 주었다.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책을 들이미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어떤 경로로 여사님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추측을 한다. 조금 전 인사를 건넨 여사님은 내게 책을 받아 간 여사님과 함께 1층을 담당하고 있는 분이다. 각각 민원실과 상황실 쪽을 담당하고 있다. 아하 같은 사무실을 쓰다보니 책을 돌려보셨구나!라고 결론을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