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본업 검찰수사관, 제 직업 알리려 글 쓰기 시작” [출처:중앙일보] ‘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길성 작가. 최기웅 기자“수사 현장에서는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20년 넘게 자리 잡았는데 그걸로 제가 소설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에서 ‘모든 걸 아는 남자’로 대상을 수상한 최길성(53) 작가는 수상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은 K콘텐트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크래프톤의 자회사인 띵스플로우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했다. 올해 공모전에선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 총 20개 작품이 수상의.. 더보기 검사실 참여계장의 어떤 하루 나는 오후에 조사해야 할 구속 피의자 송치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다. 피의자는 몽골인이었다. 통역인이 필요했다. "실무관님 몽골어 통역하시는 분 연락처 아세요?""예 저번에 다른 방에서 불렀던 통역사 전화번호가 있어요. 제가 메신저로 연락처 보내 드릴게요" 나는 실무관이 보내온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려다가 멈추었다. 몽골인이 통역 없이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경찰관의 수사보고서를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사건기록을 검토했다. 몽골인의 죄명은 상해와 절도였다. 기록 사이에 들어있는 CD를 꺼내어 몽골인의 범죄 영상을 보았다. 음성이 없는 영상을 보아도 금세 이해가 되었다. 몽골인은 편의점에서 빵과 과자를 훔치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켰다. 아르바이트 대.. 더보기 욕으로 가득해진 502호 검사실 10시가 되자, 나는 오후에 있을 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조사해야 할 사건은 쌍방 폭행 사건이었다. 기록 표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에는 ‘대질조사’라고 씌어 있었다. 검사는 대질조사를 하여 범죄사실을 특정한 후 기록을 다시 돌려달라는 의사를 단 네 글자로 표현했다. 순간, 피식하고 오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검사도 대단하고 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 네 글자로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의사를 전달하고, 또 단번에 그 뜻을 파악하니 말이다. 나는 당사자 둘에게 3일 전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둘은 오늘 오후에 출석하기로 했고, 그들은 14시가 되자 정확히 도착했다. 이 사건은 아무리 보아도 쌍방 폭행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피해자라고 우겼다. 사실, 두들겨 맞는 상황에서 열중쉬어하.. 더보기 환경관리직 여사님들의 값진 칭찬 8개월째 상황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말과 야간에 관할 경찰에서 넘어오는 영장과 변사 기록을 접수하는 곳이 바로 이곳, 상황실이다. 어제 하루 동안 접수된 기록만 5건, 그중 자살이 2건이었다. 변사 기록을 접수하는 검찰청이 전국에 50여개가 되니, 어림잡아 전국적으로 하루 사이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고, 그중 절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른 아침,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기록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안면 인식을 통해 보안문을 열고 햇살이 따사롭게 스며오는 청사 밖으로 나왔다. 청사 주변을 살피며, 한때 술 취한 사람들이 눕곤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검찰청사 주변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오래전.. 더보기 1등이 최고? 순위와 상관없는 가치 살다 보면, 1등이 전부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학교에서는 1등을 해야 칭찬을 받고, 직장에서는 성과가 곧 인정의 척도로 여겨진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1등을 목표로 삼고, 그 외의 것들은 마치 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1등이 아니면 우리의 삶은 의미가 없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학업에서나 대회에서나 1등을 해본 기억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 받은 상장이라곤 개근상장 세 장이 전부였으니,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1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런 내가 검찰청이라는 조직에 들어와 처음으로 1등의 기쁨을 맛보았다. 도망 다니던 범죄자를 기필코 찾아내어 법의 심판을 받게 했을 때, 대기업 회장이 숨겨놓은 거.. 더보기 수천억 자산가와의 하루 “왜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아?” 아내가 말했다. 단둘이서 오크벨리의 한적한 스타벅스를 방문한 날이었다. 아내가 갑자기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했을 때, 나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지 의아했다. 눈빛만 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아내지만, 나는 가끔 그녀 속을 모를 때가 많다. 1994년 스물셋의 나이로 스물하나였던 아내와 만났다. 혜화동 대학로에서의 첫 만남 이후 연애를 시작했고, 그러던 중 IMF 사태가 터졌다. 당장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검찰수사관이 되었다. 수사관 시험에 합격하던 해 나는 아내와 결혼했다. 그전까지 8년을 사귀었다. 결혼을 한 후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를 선택했다. 당시 그녀는 수사관 초봉의 세 배 넘는 월급을 받고 있었는데.. 더보기 [대검찰청 블로그] 카드뉴스 더보기 [잡히면 산다] 에세이 출간 검찰수사관 생활 가운데 가장 의미있었던 일을 모아 에세이를 출간하였습니다.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