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최길성 작가. 최기웅 기자
“수사 현장에서는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20년 넘게 자리 잡았는데 그걸로 제가 소설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에서 ‘모든 걸 아는 남자’로 대상을 수상한 최길성(53) 작가는 수상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공모전’은 K콘텐트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크래프톤의 자회사인 띵스플로우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했다. 올해 공모전에선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 총 20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을 받은 ‘모든 걸 아는 남자’는 문체부 장관상도 함께 받았다.
최 작가의 본업은 검찰 수사관이다.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수사과 소속인 그는 지난 27일 인터뷰 당일에도 “24시간 당직 근무가 끝나자마자 왔다”고 했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를 보좌해 경찰 수사 후 보충 수사가 필요한 특수사건 등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범죄 수사와 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이 주요 업무다.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을 피해 도주한 미집행자 검거도 검찰 수사관의 몫이다. 24년차 베테랑 수사관인 최 작가가 이제껏 검거한 미집행자만 1000명이 넘는다. 전국 6000여 명의 검찰 수사관 중 검거율이 가장 높다. 그의 필명이기도 한 ‘잭 리쳐’가 소설 속 수사관이라면 최 작가는 현실 속 수사관인 셈이다.
최 작가는 “처음엔 검찰 수사관이란 직업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쓴 메모를 뼈대로 살을 붙여가며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첫 웹소설인 ‘어제, 도망자 잡고 왔음’은 지난 3월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잡히면 산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최 작가는 “첫 소설을 쓸 때는 경험도 없고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출판사의 도움으로 공동 집필 작업을 했다”며 “그때 배운 걸 바탕으로 혼자 퇴근 후 틈틈이 쓰기 시작했고, 이후 2년 정도 작업해 ‘모든 걸 아는 남자’를 출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상작 ‘모든 걸 아는 남자’는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어둠의 세력과 이를 제거하려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수사관이 느끼는 현장감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최 작가는 “2016년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수사팀원으로 활동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며 최순실의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 도주 상황 등을 추적해 상부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굵직한 사건에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깊숙하고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그 당시엔 정말 ‘모든 걸 아는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건을 최일선에서 수사하며 보고 느낀 점을 최대한 작품에 녹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인 3년차 검찰 수사관인 ‘신기탄’은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최 작가는 “주인공 모습의 절반 정도는 내 모습을 투영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일상적인 건 자주 깜빡하는 편인데 희한하게도 한번 본 수사 기록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범인 얼굴이나 특이점, 수사를 하면서 만난 증인들의 목소리 같은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남아 있거든요. 예컨대 몇 달 전 수사를 하며 만난 부동산 사장님이 불현듯 뭔가 떠올랐다며 제가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는데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지만 받기 전에 그 사장님인 걸 직감했어요. 물론 신기탄은 기억력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저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죠(웃음).”
최 작가는 이번 대상 수상으로 3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웹드라마화 지원을 받게 됐다. ‘모든 걸 아는 남자’를 비롯해 이번 웹소설 공모전 수상작은 스토리플레이 앱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수사물을 쓰는 부업이 본업이 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최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어떤 분이 저한테 ‘인생이 콘텐트 그 자체’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른 일을 했다면 지금처럼 얘깃거리가 많진 않았을 거예요. 검찰 수사관이 된 덕분에 소설 작가도 된 거니 본업에 더욱 충실해야죠.”
2024 월드 와이드 웹소설 수상자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6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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